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잔잔히 내 안에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칸맘 블로그 설명에 들어간 글귀이다.
언제였을까, 한창 인스타그램 유행하던 시절 나만 볼 수 있는 비공개 계정을 하나 파서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시를 쓰거나, 남편과 연애 시절 끓어오르는 감정을 어딘가 해소하기 위해 사진 한 장과 함께 짧은 글을 끄적끄적 적던 시절이 있었다.
저 짧은 글도 아마 그 당시에 썼던 글 중 한 문장이었을 텐데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내 배 아파 낳은 아이라 그런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칸이가 이유 없이 뿌에엥- 보채듯 울 때는 정말 지치지만
안아줘서 기분이 좋은지 배냇짓하는 칸이를 보면 지친 감정은 어느새 싹 사라지고 귀여워 마구마구 뽀뽀해주고 싶다.
다시 돌아오지 않은 이 순간을 위해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아직 칸이가 태어난 지 D+38밖에 안 됐는데 iCloud 저장 공간이 거의 가득 찼다고 일주일 전부터 알람이 계속 뜨고 있다. 아이폰 15 나오면 바꿀 거라, 올 9월까지는 버텨야 하는데 사진을 지우기도, 안 찍을 자신도 없네^^
3480g으로 태어난 칸이는 조리원 퇴소 당시 딱 4kg였다.
본아트 촬영은 자고로 작은 맛에 찍는 건데, 우리 칸이는 엄마 아빠 닮아서일까 조리원 동기 아이들보다 키가 큰 편에 속했다. 조리원에 있을 당시 만삭 촬영을 한 스튜디오에 미리 연락해 퇴소일을 알려주니 하루라도 빨리 찍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퇴소 하는 그날 오후 집에 방문해서 촬영하기로 했다.
잘 안지도 못하는 갓 태어난 신생아를 데리고 스튜디오를 어떻게 가나... 본아트 촬영은 패스할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예약을 위해 들어갔던 홈페이지에 촬영된 예시를 보자 마치 엄마 배 속에 있던 모습처럼 천에 쌓여 바구니 안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 천사와도 같았다.
어찌 보면 이건 다 엄마의 욕심이 불러온... 어쨌든 예약한 걸 무를 수 없으니 강행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신생아 황달! 칸이가 황달로 고생해서 공부하려고 블로그 글도 적은 적이 있다.
2023.02.24 - [내가 정리한 육아정보] - 신생아 90%가 겪는 황달! 우리 아이는 문제 없을까?
우리 칸이가 생후 5일부터 황달기가 있는 것 같다며 태어난 병원에서 검사했는데
첫 검사 시 9(2/18) > 16.3(2/19) > 19.7(2/20)이 나와 결국 20일 오전 9시 NICU 입원 후 광선치료 시작
*신생아의 경우 황달 수치가 15 이상이면 재검이 필요하고 20 초과되면 핵황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광선치료를 받아야 한다.
광선치료를 시작한 뒤부터 다행히 13.6(2/21) > 11.9(2/22) > 6.9(2/23) 수치가 떨어져 퇴원 후 조리원에 왔는데 수치가 다시 올라가지 않을지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일주일 뒤 검사했더니 13.3으로 수치가 다시 올랐다.
결국 모유 황달일 가능성이 있으니 나흘 동안 분유만 먹이고 조리원 퇴소일에 한 번 더 검사하니 14.6으로 더 올랐다.
결론은 모유가 아니라는 건데, 이유도 모른 채 혈관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칸이의 발바닥과 팔꿈치 등에 피를 뽑기 위해 얼마나 주삿바늘을 얼마나 찔러댔는지 가슴이 너무 아팠다.
보통 황달은 생후 5일 피크를 찍은 뒤 2주 이내에 서서히 떨어져야 하는데,
마지막 검사일 기준 생후 30일이었던 그날의 수치는 18.3이었다. 핵황달로 가는 건 아닌지 너무 걱정되어 결국 대학병원으로 진료받으러 갔다.
병원을 네 군데나 옮겨 다니며 황달의 원인을 파악하려 했지만 신생아라 그런지, 가는 병원마다 전부 다 다른 원인을 이야기했다.
1. 신생아 생리적 황달
2. 모유 황달
3. ABO 혈액형 부적합에 의한 황달
ex) 엄마 O형, 아이 A형일 경우
4. 병적 황달
5. 갑상선 기능저하증
6. 특정 유전 장애
7. 간에서 나오는 담즙 흐름의 폐쇄
총 7명의 의사가 진료를 봤고 위와 같이 전부 다 다른 원인을 말했는데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대학병원에서는 일단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 같다며 2주 동안 경과를 지켜보고 수치가 안 떨어지면 간 초음파를 보자고 했다.
조리원 퇴소 날 병원을 들렀다 집으로 와서 본아트 촬영했다는 이야길 하려고 한 건데 또 옆길로 새버렸네,
어쨌든 황달아 얼른 칸이 몸에서 빠져주라... 엄마, 아빠 걱정 없이 두 발 뻗고 푹 자고 싶다~
#라무스튜디오 #본아트 촬영 #홈 촬영
홈 촬영하기 위해 사진작가님이 직접 소품을 챙겨 왔는데, 짐이 너무 많아 주차한 곳부터 남편이 함께 들고 왔다.
원활한 촬영을 위해 촬영 한 시간 전에 미리 수유하고 잠이 들어있을 때 찍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셔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100ml 분유를 타 열심히 먹이고 막 잠들려는데, 촬영이 시작되었다.
깊은 잠에 빠져들지 않아서인지 촬영 내도록 집이 떠나가라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열심히 달래서 10분 정도 찍은 뒤 다음 컷을 위해 옷과 모자를 갈아입히니... 뿌에엥-
요리는 못하지만 출산 후 100일까지는 산후조리를 위해 미역국 먹어줘야 한다며 10가지가 넘는 반찬을 바리바리 싸 오신 우리 귀부인께서 미역국을 끓여주며 촬영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아기 울려가며 사진 찍는다고 얼마나 째려보던지... 죄송합니다. 어머니^^
사실 컷마다 찍는 시간은 얼마 안 걸렸는데, 우는 아이를 달래고 다시 눕혀서 촬영하고를 반복하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아직 보정 전이라 원본에 미세한 블러 처리를 했다. 결과는 대만족!
But! 언제가 될지 모를 둘째 때는 고생시키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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