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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순간의 기록

48시간 유도분만 실패 후 제왕절개 후기 #39주 2일

by KHANMOM 2023.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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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4일 된 우리 칸이의 하트 발모양

22년 6월 9일(목) 08:29 임테기 두 줄로 너의 존재를 알게 되었던 그 순간부터,
255일 동안 내 뱃속에 품고 있었던 나의 칸이가 2월 15일(수)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가장 아팠던 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행복했던 순간이기에, 그 순간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 글을 적는다.

막달 검사를 했던 38주, 생각보다 더 건강한 칸이 덕분에 예정일 보다 일주일 앞당긴 2월 13일 16:00까지 유도분만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모유 수유하기 전 최후의 만찬이라 생각했던 남포동 양념갈비 맛집을 들러 배불리 먹고 행복한 마음으로 분만실에 대기했던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약 나흘 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일이 생길 거라고 말이다.

입원 첫날, 11시까지 설레는 마음에 아기가 태어나면 어떤 것부터 해야 하지~ 고민하며 리스트 최종 정리했다.

출산 후 해야 할 리스트 (파일 공유)

출산 이후 엄마, 아빠의 첫 임무! 아이가 태어나면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 보기 좋은 엑셀 파일 리스트 공유! 즉 나와 칸이 아빠가 해야 할 리스트를

aveckhan.tistory.com


초산맘이라 유도분만의 무서움을 알지 못한 채 3시간 정도만 자고 일어난 나는 화요일 새벽 4시부터 촉진제를 맞기 시작했고 1~2시간이 흘러도 딱히 몸의 변화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게 방심하고 있던 사이 당직 과장님이 방문하셔서 새벽 6시 내진을 통해 억지로 양수를 터트렸다.

칸이가 나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12시간을 꼬박 지새워도 자궁문이 3cm도 열리지 않은 것이다.
출산을 위해 자궁문이 10cm까지 열려야 그 이후 진통과 함께 아이가 세상밖에 나올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산모는 촉진제 투여 후 길게는 3~5시간 간격으로 2cm씩 늘어나는데,
나의 경우 내진 시 자궁벽이 너무 튼튼해서 아직 아이가 나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하셨다.

그렇게 무의미한 고통의 하루가 끝나고 자연분만을 원하는 나에게 하루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
수요일 새벽 4시 똑같이 두 번째 촉진제를 쓰고 어제보다 더한 진통이 나를 찾아왔다.
정오 12시까지 5cm가 열렸고, 14시까지 7~8cm가 되지 않으면 양수 터트린 지 이틀이 지나가 감염의 위험으로 산모와 아기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더는 수술을 미룰 수 없다고 하셨다.

내가 입원해 있는 3일 동안 양 옆방으로 총 3명의 아이가 출산했고, 더 이상 미루면 수술밖에 답이 없다는 말을 듣고 좌절감에 빠져있던 그 순간에도 옆방에선 응애응애~ 건강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건강한 칸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은데, 왜 이렇게 엄마 아빠 속을 썩이는지 너무 슬펐다.
최종 나의 분만 결정이 되는 약 1시간 동안 최대의 진통을 겪으며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최종의 시간! 분만 전 아이의 자세를 보기 위해 초음파를 했더니, 자궁문이 안 열린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나의 등을 보고 있어야 하는 칸이가 하늘을 보고 있는 자세였다.
누웠을 때 엄마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아기자세는 출산 시 치골 뼈에 얼굴을 긁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진통은 진통대로 다 겪고 유도분만 시도 실패 후 48시간 만에 제왕절개 수술대 위에 올랐다.


제왕절개 수술, 내 인생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일 중 하나!

산모의 복부와 자궁을 수술적으로 절개하여 태아를 분만하는 시술인 제왕절개 분만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끔찍했다.
사실 내가 제왕절개를 싫어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한 번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분만하는 경우에는 다음 분만 때마다 매번 제왕절개술을 받아야 하는 것이 의학계의 오랜 관행이다. 물론 제왕절개 이후 자연분만을 시도할 순 있지만, 제왕절개로 수술한 자궁이 이후에 자연분만을 시도하는 경우 자연분만 과정에서 만에 하나 자궁이 파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중2 어린 시절의 철없는 생각일 수 있지만, 셋째까지도 낳고 싶었던 나에게 사실 자연분만이 누구보다 간절했다. 하지만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이번 수술을 통해 이걸 또 한 번 더 한다고 생각하니 둘째 마음이 쏙 들어간 건 사실이었다.

제왕수술 시 마취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반신 마취 수술과 전신 마취 수술, 하반신 마취를 할 경우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바로 안아볼 수 있고
전신마취를 한 경우에는 수술실 내에서는 만날 수 없고 회복실에서 회복한 뒤 만나볼 수 있다.
이미 유도분만으로 무통 주사를 맞고 있던 나에게 하반신 마취를 권했고, 나 역시 조금이라도 빨리 칸이를 만났으면 했다.

"마취하겠습니다." 말한 지 30초가 지났을까?
"1분 뒤 테스트해 보시면 돼요"라고 마취과 선생님의 말과 함께 1분도 안 된 것 같은데 배에 칼이 긁히는 느낌이 들었다.
따끔거리길래 놀란 나머지 "저 아직 느껴져요!" 급하게 소리쳤고, 너무나도 담담하게 "30초만 더 기다릴게요~"
곧 나의 배가 마치 돼지고기 오겹살 써는 느낌으로 썰려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썰리고 뜯기고 벌려지는 과정이 극심한 고통만 없을 뿐 느낌은 생생하게 다 느껴져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5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나의 배를 꾹꾹 있는 힘껏 누르자
"아기가 나오고 있어요! 네! 왕자님입니다~~" 말과 동시에 수술방안에 그토록 원하던 칸이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바로 보여주는 줄 알았으나, 아기를 닦이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5분 정도 더 걸린 것 같다.

누군가 다가와 나에게 보여준 칸이의 첫 얼굴은 검붉은 빛이 돌며 잔뜩 질려서 울고 있는 칸이의 모습이었다.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걱정할 틈도 없이 30초 정도 봤을까 다시 끌려? 나가는 칸이를 뒤로 하고 나의 후처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수술실에 들어온 지 정확히 50분 만에 병실로 이동하게 되었고, 그날 저녁 11시까지 꼼짝없이 모래주머니 위에서 지혈했다.

2~3시간쯤 지났을까 마취가 서서히 풀리면서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내가 이 고통을 두 번이나 참을 수 있을까...
남편은 내가 너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 절대 둘째는 갖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그 순간만큼은 같은 마음이었지만, 내가 출산한 병원은 병동에서부터 모자동실이 가능했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3번 이상 보니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참 엄마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라 걸 사흘 동안 절실히 알게 되었다.

엄마 사랑합니다♥ 물론 아빠도

병동에서 찍은 내돈내산 아이템들 *복대와 스타킹은 착용 중

[번외 편] 제왕절개 수술 예정이라면 이것만큼은 꼭 챙기자!!! 내가 직접 써 본 BEST 5!
1. 산후 복대(수성 복대 3,800원) 병원 내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미용 목적의 밴드는 절대 사지 말 것 스치기만 해도 아파서 찍찍이가 1개 이상만 되어도 정말 죽을 맛이다.
2. 맘스안심팬티 + 가위 병원에서 오로 패드, 산후패드 등을 제공해 주지만 수술 이튿날부터는 빠른 회복(소변, 방귀 등)을 위해 걸어 다녀야 하므로 팬티+패드 대용으로 엄청 편하다. 병원에서는 조리원과 달리 세탁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속옷도 직접 빨아야 한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도 힘든데 속옷까지 빨아야 할 정신은 없는 거로...
3. 허벅지까지 오는 압박스타킹 임신 기간 중 반드시 처방받아 둘 것! 임산부의 경우 1회 보험적용이 되어 정가 5만 원의 제품도 반값 이상으로 할인이 된다. 불편해서 허벅지까지 오는 길이를 선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허벅지까지 오는 길이로 구매할 것! 무릎까지 오는 건 혈전과 부종에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4. 마이비데 휴지로 닦는 것보다 천만 배 부드러운 마이비데는 향기까지 나고 좋았다. 오로를 닦아내기엔 정말 최적의 아이템이라고 본다.
5. 구부러진 빨대 자연분만을 꿈꾸던 나는 출산 준비물 리스트에 굳이 저것까지 필요할까? 의문을 품었는데, 제왕절개의 경우에는 필수 아이템이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극심한 고통이 따르기에 내가 아닌 빨대를 움직여주는 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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