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먹는 게 식사 예절
17세기 서유럽 프랑스에서는 태양왕이라 불리는 루이 14세의 등장으로 문화적 발전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게 된다. 루이 14세 땐 식사 예절의 품격도 왕권 강화라는 측면에서 한층 격이 높아졌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지금의 프랑스 식사 예절의 출발점이 루이 14세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루이 14세의 식사 예절 측면에서 살펴보면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현대의 예절은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식사 예절을 엄격하게 만들었던 루이 14세조차도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수프에 있는 고기를 손으로 건져 먹었기 때문이다. 루이 14세가 만든 식사 예절 중 몇 가지를 들면 '음식을 먹던 손가락을 빨아서는 안 된다.', '식사할 때는 오른손을 사용해야 한다.' 등이 있다. 현대의 프랑스식 식사 예절과 비교한다면 정말 유치해 보일 것이다. 품격 있다는 프랑스 요리를 맨손으로 먹는 게 예의였다니. 그렇다면 한국의 식사 예절 유래는 어떻게 될까?
식사 중에 대화는 금지
한때 인기를 끈 '대화가 필요해'라는 개그 코너가 떠오른다. 식사할 때는 말을 삼가야 한다는 한국 식사 예절 앞에 가족 간의 소통이 끊어져 생기는 여러 해프닝을 재현, 웃음을 유발했다. 난장판이 된 식탁 앞에 아버지 역할자가 '조용히 밥 묵자'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 다른 출연자들은 그제야 식사를 시작하는 연기를 했다. 아버지의 권위가 표출되긴 했지만 뭔가 부자연스러운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빵’하고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한국의 식사 예절에는 음식을 먹을 때 대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었다.
'식사 중 대화 금지'의 유래로 가장 타당성이 있는 이유는 빨리 밥을 먹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동시에 식사할 정도로 넓은 공간을 가진 집은 없었다. 대가족 중 일부가 빨리 식사를 마쳐야 남은 가족도 이어서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되려면 식사 때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예절로 꼽힐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식사할 때, 가족 간의 대화를 많이 권하고 있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 식사 시간이 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기 좋은 기회라는 유대인의 교육법도 한국의 식사 예절을 바꾸는 데 일조를 한 것 같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사 예절은 변하기 마련이다.
국그릇은 오른쪽에
밥상을 차릴 때 국그릇은 오른쪽에 놓으라는 부모님 말씀을 한 번쯤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한국 식사 예절에서는 왜 국그릇을 오른쪽에 두라고 했을까. 보통 오른손잡이가 많아 액체 상태의 음식을 떠먹을 때 흘리지 않는 등 다루기 쉬울 것이라는 배려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식사하는 주체가 왼손잡이라면 당연히 국그릇은 왼쪽에 놓아도 괜찮을 것이다. 그런데 제사상을 차릴 때 국그릇을 위패 왼쪽에 놓는다는 이유로 식사상 국그릇을 왼쪽에 놓지 못하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 시대를 지배한 유교의 영향으로 왼손잡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식사 문화일 수도 있다.
시대에 따라 식사 예절도 바뀐다.
예절은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이자 관습.
그러나 예절의 유래를 찾아보면 시대적인 삶의 방식에 밀접해 있다.
따라서 시대가 바뀌고 삶의 방식이 변화하면 예절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미래에 적용될 식사 예절은 어떻게 바뀔까? 정말 궁금하다.
시대별 풍습 변화의 또 다른 사례를 청랑이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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